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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24시간 어슬라이트 서점 문화

by ttttmmmm 2025. 6. 14.

대만 서점
대만 서점

대만 타이베이의 밤거리를 걷다 보면 새벽까지 환하게 불이 켜진 독특한 서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어슬라이트인데, 이곳은 서점뿐만 아니라 대만인들의 삶과 문화가 녹아든 특별한 공간입니다. 1989년 첫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대만 독서문화의 상징이 되어온 이 서점은 24시간 운영이라는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전 세계 서점업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책과 음악,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에서 밤늦게까지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만 특유의 여유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이곳은 동아시아 독서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밤을 잊게 만드는 서점의 탄생배경

처음 둔화점에 들어갔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서점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소파에 앉아 소설을 읽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바닥에 앉아서 잡지를 보고 있었으며, 심지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창립자 우칭여우 회장은 원래 요식업계에서 일하던 사업가였습니다. 그런데 40대 초반에 심장병을 앓으면서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던 경험이 서점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문화적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고 합니다. 대만은 당시 아직 경제발전 단계였고, 사람들이 책보다는 생계에 더 관심이 많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 회장은 "좋은 책과 좋은 문화는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문화복합공간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1989년 3월 12일, 타이베이 다안구에 첫 번째 어슬라이트가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콘셉트였습니다. 서점 안에 카페가 있고, 음반가게가 있으며, 심지어 작은 갤러리 공간까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책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러 오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획기적인 변화는 1999년에 일어났습니다. 둔화점에서 24시간 운영을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실험적으로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밤늦게 서점을 찾았습니다. 밤샘 공부를 하는 학생들, 야근을 마치고 들르는 직장인들, 불면증으로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책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새벽 3시에 읽는 시집이 때로는 낮에 읽는 것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 이렇게 24시간 운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만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밤 문화를 즐기는 편입니다. 야시장도 새벽까지 열려있고, 24시간 편의점도 일찍부터 정착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24시간 서점이라는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게다가 타이베이는 국제적인 도시라서 시차 때문에 밤에 활동하는 외국인들도 많았습니다.

야간 문화의 새로운 차원

24시간 운영이라는 콘셉트는 대만의 야간 문화에도 새로운 차원을 더했습니다. 기존에 밤 문화라고 하면 클럽, 바, 노래방 정도였는데, 이곳에 생기면서 건전하고 문화적인 야간 활동의 선택지가 생긴 것입니다. 실제로 밤에 가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들러서 마음을 정리하는 직장인들, 시험공부를 하다가 집중이 안 되어서 환경을 바꾸려고 온 학생들, 불면증 때문에 잠이 안 와서 온 사람들, 새벽 비행기를 기다리는 여행객들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혼자 온 중년 여성분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이 돌아가신 후 혼자 지내면서 밤이 너무 길고 외로워서 이 서점에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집에서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는데, 여기 오면 사람들이 있어서 덜 외롭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서점이 책만 파는 곳이 아닌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이 되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시아 독서문화의 미래를 제시하다

개인적으로 이곳이 가장 잘한 일은 독서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읽기가 지식 습득이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활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미친 영향이 큽니다. SNS에 어슬라이트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독서가 단순히 공부가 아니라 멋있는 취미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런 문화적 변화가 대만의 출판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서점 문화를 잘 결합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서구의 대형서점들이 주로 효율성과 상업성에 중점을 둔다면, 이곳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문화를 전파하는 공동체적 역할을 중시합니다. 이런 철학이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게도 좋은 참고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서점은 계속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미 홍콩, 일본, 중국 등지로 진출했고,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매장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만의 성공 모델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에 맞는 독특한 문화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서점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영감을 얻어가는 모습은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적 감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