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운하 위에 떠 있는 플로팅 북스토어 '보켄보트'는 1820년 건조된 역사적인 바지선을 개조하여 만든 세계 유일의 수상 서점입니다. 프린센그라흐트 운하에 정박한 이 서점은 네덜란드어, 영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약 만 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해양문학과 여행서적 컬렉션으로 유명합니다. 운하 도시 암스테르담의 낭만적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이곳은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문화적 추억을 선사하는 독창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 바지선 서점
암스테르담 플로팅 북스토어의 역사는 1979년 헨크 헤르츠베르크라는 네덜란드 출판업자의 창의적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암스테르담 시내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기존 서점 운영이 어려워지자, 그는 운하에 정박한 낡은 바지선을 구입하여 서점으로 개조하는 파격적인 발상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 바지선은 19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부터 석탄과 곡물을 운반하던 화물선으로, 네덜란드 해양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했습니다. 프린센그라흐트 운하는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에 건설된 동심원 모양의 운하 시스템 중 핵심 부분입니다. 이 운하 주변에는 전통적인 운하 하우스들이 늘어서 있어 암스테르담의 역사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헤르츠베르크가 이곳을 서점 위치로 선택한 것은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이 아니라, 네덜란드 문화의 정수가 담긴 공간에서 책 문화를 꽃피우고자 하는 문화적 비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점 개장 초기에는 주로 항해술 관련 서적과 해양 모험소설을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이는 네덜란드가 대항해시대를 주도했던 해양 강국의 전통을 반영한 것으로, 방문객들은 실제 바다를 누비던 선박에서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 가이드북, 지도, 언어학습서 등으로 장서를 확대했고, 현재는 문학작품부터 예술서적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서점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서점의 가장 큰 특징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봄과 여름에는 갑판에서 운하의 잔잔한 물결소리를 들으며 독서를 즐길 수 있고, 가을과 겨울에는 선실 내부의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아늑한 독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특히 암스테르담의 유명한 자전거 문화와도 잘 어우러져, 많은 현지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운하변에 주차한 후 서점을 방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켄보트의 독특한 운영 방식
보켄보트의 운영 방식은 일반적인 육지 서점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조수 간만의 차이와 운하 수위 변화에 따라 서점의 높이가 미묘하게 변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책장과 진열대는 모두 선박용 고정장치로 고정되어 있으며, 방문객들도 배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항상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 유람선이나 화물선이 지나갈 때 발생하는 파도로 인해 서점 전체가 살짝 흔들리는데, 이는 오히려 독특한 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서점의 내부 구조는 원래 바지선의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서점으로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선수 부분에는 신간 소개 코너와 베스트셀러 진열대가 있고, 중앙 부분에는 주제별로 분류된 일반 도서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선미 쪽에는 희귀본과 고서적 컬렉션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서적 수집가들과 연구자들이 특별히 찾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장서 구성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다언어 도서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어 도서가 전체의 40%를 차지하지만, 영어 도서가 35%, 독일어 도서가 15%, 프랑스어 도서가 10%를 차지하여 진정한 국제적 서점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는 암스테르담이 유럽의 국제적 허브 도시로서 다양한 국적의 거주자들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행 관련 서적 섹션은 이 서점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의 여행 가이드북부터 세계 각지의 모험 여행기까지 약 2천 권의 여행서적이 구비되어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다른 서점에서는 찾기 어려운 희귀본들입니다. 또한 지도 컬렉션도 매우 풍부하여 16세기 고지도부터 최신 GPS 가이드북까지 다양한 시대의 지리 정보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서점 운영진은 정기적으로 테마별 전시회와 작가와의 만남을 개최합니다. 여름철에는 갑판에서 일몰 시간에 맞춰 시 낭송회가 열리며, 겨울철에는 선실 내부에서 아늑한 독서모임이 진행됩니다. 이러한 문화 프로그램들은 서점을 상업공간이 아닌 지역 문화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북스토어의 새로운 도전
21세기 들어 디지털 출판과 전자책의 급속한 확산으로 전 세계 서점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암스테르담 플로팅 북스토어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독특한 서점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창의적인 해결책들을 제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첫 번째 혁신은 '플로팅 북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의 도입입니다. 이는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암스테르담 운하 투어와 서점 방문을 결합한 패키지 상품으로, 관광객들은 전용 보트를 타고 운하를 둘러본 후 플로팅 북스토어에서 네덜란드 문화와 관련된 도서를 구매하고 현지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갖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 시작된 이래 매년 참가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는 예약 없이는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운영 방침의 확립입니다. 서점은 2020년부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필요한 전력의 80%를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빗물 수집 시스템을 통해 서점 운영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활용 종이로 만든 책갈피와 에코백을 판매하여 환경보호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환경 의식이 높은 네덜란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과의 조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서점 내부에는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며, 방문객들은 서점 전용 앱을 통해 원하는 도서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폰으로 책 표지를 스캔하면 저자 인터뷰 영상이나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플로팅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하여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직원들이 작은 보트를 타고 암스테르담 운하를 따라 이동하며 운하변 거주자들에게 직접 책을 배달하는 이 서비스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독서 문화를 이어가려는 창의적 노력으로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재도 이 서비스는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과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미래 계획으로는 자매 플로팅 북스토어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베니스와 스톡홀름의 지방정부로부터 유사한 수상 서점 설립에 대한 자문 요청을 받고 있으며, 2025년에는 암스테르담 내 다른 운하에 두 번째 플로팅 북스토어를 개점할 예정입니다. 또한 젊은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계획 중인데, 이를 통해 많은 작가들이 일정 기간 배 위에서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암스테르담 플로팅 북스토어는 기존의 서점방식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 랜드마크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