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해안과 중세 도시가 어우러진 관광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깊이 있는 문학 전통과 독서문화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 글에서는 크로아티아의 독서시장 현황, 시민들의 독서 습관, 그리고 국가가 주도하는 문화정책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출판산업, 독서율, 문화행사에 이르기까지,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의 문학적 저력을 확인해 보세요.
독서시장 현황
독서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문학과 인문학 중심의 강력한 정체성을 가진 시장입니다. 인구 약 400만 명이라는 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5000권 이상의 신간이 출간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자국 작가의 작품입니다. 특히 크로아티아어는 슬라브계 언어 중 하나로, 고유한 언어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자국 내 창작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출판사들은 대체로 자그레브에 집중되어 있으며, Znanje, kolska knjiga, Profil Knjiga 같은 주요 출판사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학술서적, 아동도서, 문학작품 전반을 고루 출간하며, 해외 번역 문학도 점차 확대 중입니다. 중소 독립 출판사들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들은 실험적이거나 예술성 높은 작품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합니다.
유통 면에서 보면, 전통적인 오프라인 서점이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 플랫폼의 비중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Knjiga.hr, Mozaik knjiga, Buybook 등 현지 온라인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서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EU의 문화 보조금 수혜국으로, 매년 수백만 유로의 지원을 통해 문학 번역과 독립 출판사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크로아티아 문학이 국경을 넘어 다른 언어로 번역되고 교류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문화수출의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독서 습관
크로아티아인의 독서 습관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크로아티아 통계청과 유럽 문화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의 약 45%가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는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유럽 평균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치이지만, 세대별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20~30대의 독서율은 60% 이상으로 높지만, 고령층으로 갈수록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대학 교육을 받은 도시 거주자일수록 독서에 대한 접근성과 참여도가 높습니다. 자그레브, 리예카, 오시예크 같은 주요 도시에서는 독서카페, 독립서점, 독서클럽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공간들은 단순한 책 소비 장소를 넘어 문화를 나누는 커뮤니티 역할도 합니다.
장르적으로는 전통적으로 문학, 특히 자국 작가의 소설이나 시가 강세를 보입니다. 미로슬라브 크르레자, 이보 안드리치 같은 대표적인 문학가들의 작품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필독서로서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문학에 노출됩니다.
최근 변화로는 청소년 독자를 중심으로 추리소설, 판타지, SF와 같은 장르 문학의 인기도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외국 작가의 번역 작품, 특히 조앤 K. 롤링, 스티븐 킹, 하루키 무라카미 등의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크로아티아 내에서도 젊은 신진 작가들이 장르문학을 활발히 창작하면서 독자의 선택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독서의 증가도 주목할 만합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한 전자책, 오디오북 서비스는 특히 출퇴근 시간이나 야외활동 중에도 독서를 가능하게 만들며 젊은 세대의 독서 참여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일부 공공도서관에서는 QR코드를 통해 무료 전자책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술과 문화를 접목한 시도도 늘고 있습니다.
국가 정책과 문화행사
크로아티아는 독서문화 확산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문화부(Ministarstvo kulture i medija)는 매년 수십억 쿠나를 독립 출판사, 도서관, 문학행사에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문화 다양성과 문해력 증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독서 장려 프로그램으로는 크로아티아 독서의 달(Mjesec hrvatske knjige)**이 있습니다. 매년 10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의 공공 도서관, 학교, 문화센터에서 독서 행사, 작가 강연, 독서토론, 도서 기증 이벤트 등이 진행되며, 전 세대가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또한, 책 나눔 주간(Tjedan darivanja knjiga), 한 도시 한 책 프로젝트와 같은 캠페인도 매년 정기적으로 운영됩니다.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독서를 일상 속 문화로 인식하도록 유도합니다.
도서관 정책도 주목할 만합니다. 크로아티아 전역에 1,000개 이상의 공공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다수가 무료 대출, 어린이 독서 프로그램, 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 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부 도서관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대출, 예약, 추천 도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도 적극 시도 중입니다.
교육 부문에서도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초중등 교육에서는 필독도서 외에도 학생들의 자유 독서를 장려하며, 독후감 경연대회, 작가 초청 수업, 학교 도서관 확충 프로젝트 등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에게 독서를 즐거운 경험으로 각인시키고, 장기적인 독서 습관 형성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결론
크로아티아는 작지만 깊은 문학적 전통과 정체성을 가진 나라입니다. 출판 산업의 구조적 안정, 시민들의 자발적인 독서 습관, 그리고 정부의 장기적인 문화정책이 삼위일체가 되어 독서문화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사례는 국가가 문화와 교육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때 어떤 긍정적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여행과 경치만이 아닌, 책과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크로아티아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